휴가가 끝나고 수원으로 올라오는 긴 시간동안 뭘 해야하나 싶어서
역에 있는 매점에 들렀다가 베스트 셀러라는 표지에 낚여서 아무 생각없이 집어든 소설.
서평에는 예전에 디지로그로 유명한 이어령 교수의 평도 있었다. 뭐 이 정도면 중간은 가겠지.

결과적으로는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책이었다.
일단 기본적인 종교관이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종교인 개신교에 근거해있다는 점은 차치하고,
[혹자는 교회 = 기독교 라고 하지만 난 기독교 = 개신교 + 천주교라 생각한다.
왜 개신교로 한정했냐고 하면 논리를 풀어가는 방식도 그렇고 중간에 삼위일체에 대한 언급도 있다.]
책의 내용에서 나오는 질문과 대답은 성경을 읽을때 내가 느꼈던
일단 믿으면 해결된다는 식의 의미없는 선문답과 모순의 반복일 뿐이었다.
나름대로 글 중간에는 나를 믿는 자는 불교도도 있고 뭐도 있고...하는 식으로 종교를 초월하고자 하나
결과론적으로 하고자하는 말은 그게 아니라는 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개신교 신자들은 읽으면 참 좋아할만한 스타일의 책이다. 성경의 근대 개신교식 재해석 같은 느낌이니까.
하지만 나같이 인본주의 위에 종교를 올려놓는 사람이라면 응당 불쾌감을 느낄만한 내용이다.
무교에 가깝지만 하나만 고르라면 천주교를 고르겠다는 내가 개신교에 반감을 가지는 가장 큰 차이가 이것.
신이 인간보다 위대하다고 해도 그것이 신이 인간보다 위에 군림해야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신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서 -그것이 심지어 살인이라도- 제어하지 않긴 하지만,
그 모든 고통과 번뇌는 믿음과 용서로써 해결된다.
대체 믿음[이라고 쓰고 자위라고 읽는다]과 용서가 답이면 신은 대체 왜 존재하는건데?
신을 믿지 않아도 자신을 믿고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뭔가 다른가?
좋아. 조금 양보하자면, 자신을 믿는 것에 비해 신을 믿는 쪽이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도 쉽게 할 수 있겠지.
근데 그 정도 밖에 안되면서 인간 위에 군림하려는 건 도둑놈 심보지.
그런 주제에 융통성은 하나도 없어서 우리편 아니면 다 적이야...뭐 이런 게 다 있나.
[제발 바라건대 이 마인드가 한국 개신교에만 있는 기형적인 마인드이길 바란다.]

뭐 결과적으로 감상평이라기보다 종교에 대한 난상이 되버린 것 같은데,
현재 이 책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형에게 빌려준 상태이다.
난 개신교를 좋아하지 않지만 개신교 신자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물론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심지어 여자친구가 개신교라도 싫을 듯.]
아무튼 표지의 대칭찬 대비 내용의 불만족으로 개인적인 올해 최악의 책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by 가시나무 2009. 8. 18. 23:07